제1부대, 진실의 순간 끌리면 쓰는 날



부산국제영화제는 4년 전부터 '애니 아시아-아시아 장편 애니메이션의 새로운 도약' 이라는 특별전을 계속 해 오고 있습니다.

아직 개봉도 안한 걸 상영하거나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으며, 앞으로 개봉될 확률도 희박한 작품들을 주로 상영하기 때문에

보석같은 걸작들이 여럿 상영되지요.

아시아권의 온갖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시간을 달리는 소녀' 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후 국내에 개봉됬었지요.


이번 상영작 중에 '겉으로 보기에' 가장 끌리는 건 제 1부대, 진실의 순간.


러시아+2차세계대전+오컬트라니. 말이 필요없었지요.

극장에 앉았죠. 두근두근하더라고요.

상영이 끝난 후, 정말 오래간만에 극장에서 그 기분을 느꼈습니다.

분노허무함말이죠.


............


일단, 스토리좀 간단히 설명을.

주관적인 왜곡이 들어가 있지만, 거의 다 사실에 입각해서 썼습니다.




꿈을 꾸고 있습니다.

전쟁터 같은데, 러시아군 군복을 입은 남자가 참호 위에 올라와 적진을 보면서 "돌격!" 을 외칩니다.

그런데, 앞쪽에서 뭔가 다가옵니다. 자세히 봅니다. 말? 위엔 누가 타고 있는데.. 갑옷으로 무장한 기사가 타고 있습니다.

그리고 칼을 빼들어 남자의 머리를 분리시켜줍니다. 어이쿠. 이분 갑옷도 간지나게 입으셨네요.

팔 부분은 갑옷도 없이 맨살이네. 근육이 크고.. 아름답습니다..



라는 괴몽을 꾸던 나디아가 깨어납니다. 괴로워하네요. 하긴 저라도 저런 정신나간 꿈을 꾸면 좋아하진 않겠죠.

차 안의 사람들이 나디아를 불쌍하다면서 쑥덕거립니다. 대충 들어보니 한달 전에 나디아 부모님이 사망하신 거 같네요.

사람들은 부대 위문공연을 하려고 돌아다니는 거 같습니다. 어떤 부대에 들려 위문공연을 하는데....

나치의 공습이 시작됩니다. 나디아는 폭발에 휘말려 예지능력이 생겼습니다. 자기랑 군인 한명 빼곤 전멸크리.

의문의 노인장에게 구조됩니다. 그리고 과거의 환영을 보게 됩니다. 어린 시절, 가족, 학창 시절..

여하튼 깨어났습니다. 노인장은 무슨 이상한 꿈 안꿨냐길래 나디아는 미묘한 노출을 자랑하는 기사가

군인 아저씨를 의가사제대시켜주려 하다가 사망자 명단에 올려줬다는 꿈을 꿨다고 말해줍니다.

아니 근데 노인장 정체가 뭐요? 이름도 안가르쳐 줌?

네. 안가르쳐 줍니다. 끝까지 안나와요.

한 부대의 대장하고 왜 아는 사이인지, 무슨 관계라도 있었는지도 안 밝힙니다.

노인장이 책을 가져와서 펼칩니다. 아까 그 노출기사네요.

노인장 왈,

"이 기사는 600년전의 폰 볼프 공작이라고 하는데 유명한 마술사였다. 마술사 겸 기사였지."

원래 TRPG같은 데선 직업 2개를 동시에 선택하면 어중이떠중이가 되는데 이분은 다이스 갓께서 선택한 분이셨나 봅니다.

"흑마술 실력이 엄청나 그 힘으로 연전연승이었단다."

"그러다가 십자군에 참여해서 러시아를 쳤는데 어느 호수 근처에 살던 사람들이 힘을 합쳐 패퇴시키고 호수 밑으로 쳐 넣어버렸지."

아니 잠깐. 마술사라매? 그 당시에 처형당하기 딱 좋지 않았나? 마술사가 십자군에 참가했다고?

"그런데 600년 후 부활해서 다시 돌아와 복수하겠다고 했었는데 올해가 600년째다."

나디아가 요즘 꿈을 꾸지 않았냐고 물어보는데 시작 부분에 나오던 그 꿈이군요. 그런 꿈 꿨다고 말해주니

노인장은 모스크바로 가서


좌측분을 찾아 도움을 요청하랍니다.

근데 나디아를 찾아내서 나치가 죽이려고 합니다. 암살자를 보냅니다.

도대체 왜?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찾아 온 거냐?

그리고 뜬금없이 덤벼드는 암살자 2인조를 향해서 만만치 않게 노인장은 비범한 봉술을 시전하십니다.

휘릭휘릭. 그런데 훼이크에 낚여서 총에 맞고 얼음이 언 강물 속으로 슝. 참 장렬한 퇴장이군요.

여하튼 나디아는 도망쳐서 모스크바로 가 저 대머리 아저씨를 만납니다.

알고 보니 러시아군의 6대대 대장이었고 6대대는 영적인 힘을 이용해 싸우는 곳입니다.

라이벌격은 나치 독일의 유명한 비밀결사 아넨엘베.

나디아는 원래 6대대 소속이었고 과거에 초능력을 강화하는 학교에서 생활했으며 6대대 최고의 병사였으며 어쩌구 저쩌구 블라블라

.......

....

..


이런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이 작품은 꽤나 독특합니다.

러시아에서 이런 애니메이션을 만들려고 했다는 것, 그리고 단순히 2차세계대전을 소재로 하는 데서 벗어나

이제 알 사람은 다 아는 나치의 아넨엘베에 대항하는 가상의 군사집단을 만든 것도 말이지요.




그래서, 어떘냐고 물으신다면....



Shit. 지뢰입니다. 것도 특대사이즈. 대전차지뢰.

보는 내내 "아니 왜? 도대체 왜 그렇게 되는데? 설명 좀 해줘. 넌 또 누구야? 이름도 안가르쳐주냐? 저건 왜 의심도 안해?"

라는 태클을 거실 수 있고,



보는 내내 이 표정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태클을 걸 스토리. 마치... 그.. 90년대 초반 방학 때 극장가에 걸렸던 국산 애니메이션을 보는 기분?

용사 라이안이라던가 그런 거... '훌륭한 사샨검법이었다'




한번 태클을 걸어보겠습니다.

아니 깔래요. 안깔수가 없네요 이건.




이 작품은 스토리가 막장입니다. 09년에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라고 믿을 수가 없을 정도에요.

대사까지 손발이 오그라듭니다.

덕분에 캐릭터들도 개성따윈 눈 씻고 찾아 볼 수 없어요. 대사가 막장이니까.

주인공인 나디아 빼고는 나머지 등장인물들은 뭐 어찌 상상을 해 볼 여지도 없습니다.

얘네들 과거에 대해서는 그냥 나디아하고 만나서 친구먹었음 끝. 이런 식이고 단서도 전혀 주지 않아요.



극장판 애니메이션은 상영시간은 길지만

공중파 애니메이션같이 장기간 방영하는 게 아닌지라 스토리의 완성도가 중요합니다.

기승전결이 확실하고, 관객이 납득 할 수 있게 만들어야지요.

그런데 전혀 그걸 느낄 수 없습니다.



왜 이렇지? 러일합작이잖아?


여타 한일합작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엔 한국에서 주로 하청을 맡죠. 스토리 관여엔 전혀 신경쓰지 않고요.

이 작품은 그렇게 생각한 사람들의 뒤통수를 후려 쳤습니다. 바로...



....각본이 러시아에서 쓰여졌다는 겁니다.

영화 시작할때 오프닝에 나오죠.


어쩐지 스토리에 대륙의 기상이 느껴지더라니.



그래, 오프닝. 오프닝도 까야겠습니다.

따로 만들어진 게 아니라 극중에 나오는 장면에서 오려와 그냥 붙여 논 겁니다.


중간중간에 페이크 다큐멘터리풍으로

참전용사,역사학자,심리학자,정신과 의사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와서 작중 내용과 관련된 설명을 합니다.....만


너무 많이 나옵니다.


작작 끊어먹으란 말이다.


난 다큐멘터리를 보러 온 게 아니라 애니메이션을 보러 왔다고.

거기에 자꾸 나오는 역사학자 나으리는 러시아 찬양 일색.

우리는 정신력으로 승리한 거라느니 남녀노소가 함께 싸웠다느니.




성우 연기.

이건 일본어 더빙이 아닌 러시아어 더빙입니다. 들어 줄 만 했습니다. 러시아어는 전혀 모르지만..

어색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으니 패스.





작화는 뭐..

스튜디오 4˚C라서 문제는 없었습니다....

라고 하고 싶은데 명색이 2차세계대전 배경인데 액션씬이 극히 부족한 건 문제. 아니 액션씬은 둘째치고 처절한 전투씬도 없어요.

그리고.

좌측 인물의 얼굴을 봅시다.

위쪽 포스터의 좌하단과 동일인물입니다.



뭐.. 이해합니다. 제정신(?!)으로 이런 내용의 애니메이션을 09년에 그리기는 힘들었을 테니까요.

그래도 주인공 나디아쨔응은 보기 좋았습니다.

금발+벽안+가녀린 몸매+블루워터+일본도... 어?


뭔가 이상한 게 끼어 있.... 그렇습니다.

나디아의 무기는 일본도

2차세계대전 말기, 러시아 군에서 일본도를 쓰는 병사? 그거 적국무기잖아?

작중에서 왜 저거 쓰는지에 대해선 한마디도 나오지 않습니다. 무슨 단서도 주지 않아요.


그런데 작중 전투씬을 보면 자세도 제대롭니다. 그냥 막 휘두르는 게 아니라 도를 뽑으려는 자세도 적절하게 잡습니다.

자세가 좋아봤자 뭐해 전투씬이 극히 적은데


..태클 걸기도 귀찮습니다. 넘어가죠.



여하튼, 저런 온갖 정신줄 날아가는 것들을 연발하며 이야기는 계속 진행됩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또 한번 보던 이들을 엿먹이게 됩니다.

겨우 프롤로그였다 이거지요.

반전 하나 보여주면서 이야기는 끝이 납니다. 뒤에 뭐 어떻게 되었다는 그런 정보도 없이.

정신이 멍해진 저는

보너스 영상같은 걸로 후일담을 말해주겠지?

라 생각하면서 스텝롤을 끝까지 봤지만.... 그딴 건 없습니다.

그리고 스텝롤 마지막에 이 문구가 뜨죠.



이 영화는 모두 픽션이며
 

이 영화에 등장하는 지명 및 인명은 모두 사실과 다릅니다

All your base belong to us








이렇게 리뷰를 빙자한 까기를 마칩니다.

만약 이게 국내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가서 말리세요.

망합니다.











이 블로그에 들어 올 사람은 아무도 없겠지만, 일단 써야겠죠. 잊어버리기 전에.










명복을 빕니다.

대한민국 16대 대통령님, 부끄러움을 아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파괴하지 않아도 좋을 곳으로 가시길.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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